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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문화생활 (영화)

"6년째 연애중"으로 본 남녀의 심리


6년째 연애중
은 오래사귄 커플들 (굳이 6년 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때로는 즐겁고 과장되지 않게, 때로는 간이 철렁 내려 앉을 정도르 뜨끔하게, 또한 때로는 세상이 무너질 것 처럼 그리고는 더이상 사랑이 안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아프게 그려지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몇몇 가지의 에피소드들 속에서 남녀의 심리를 비교하고 있다. 남자라면 남자편을, 여자라면 여자편을 들게 되고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투덜투덜 상대방에게 정말 그러냐고 묻고 말법한, 각자 동성의 입장에서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몇몇 이야기들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남녀의 심리를 정리해 본다.

커플의 다툼, 그리고 남녀의 대처 방식.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남자가 낮술을 먹는바람에 장농면허 여친에게 운전대를 맞긴다. 쉬운 길이지만 여자는 운전미숙 및 부주의로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당황스러워 어쩔줄 모른다. 남자는 큰 사고가 아님을 이내 직시하지만 사건을 마무리 짓는데에만 급급하다. 남자는 새차가 사고난 것이 속상하고, 여자는 자기 먼저 걱정하지 않고 차를 먼저 걱정하는 남자의 태도가 속상하다.

남자는 여자보다 차를 먼저 걱정한 것이 아니다. 단지 차때문에 속이 상해서 다른 생각을 못하는 것 뿐. 멀티가 안되는 것일 뿐. 이런경우 대게 여자의 지적은 오히려 남자의 화를 돋군다. 남자는 사고에 의한 긴장이 해소되고 난 그제서야 다른 걱정들이 되기 시작하지만, 자기가 무언가 걱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을 안해준다고 투정부리는 여자친구에게 못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죄책감은 애석하게도 분노의 형태로 표출이 된다. 걱정의 시작은 언제나 여자친구, 걱정을 안해준다고 투정부리는 바로 당신인데말이다.

여자는 정확한 타이밍의 괜찮아?한마디가 필요하지만, 남자에게는 그보다도 놀란가슴을 진정시키며 결코 여자에게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조금의 여유가 필요하다.

이성의 유혹.

공감도 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감정 이입도 시켜가며 빠져서 보기도 했고, 살아오면서 했던 수없이 많은 선택들(비단 여자 문제 뿐만 아니라)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느라 내내 멍 했다.

남자들은 대게 그렇게 영화에서 처럼, 관심가는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고 걸려 들면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급기야는 본능을 숨기지 못하고 착한남자 컴플렉스를 곁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만든 뒤, 넘지 말아야할 "선" 또한 자신의 의지로 넘어버리고 만다. 추한 모습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남성성. 몸이 먼저가고 마음이 따라가는, 그러나 결코 그누구에게든 마음을 모두주지 못하는 현실. 아마도 남자의 가슴에는 방이 여러개라는 말이 이런 연유로 나온 말인 것 같다.

반면 여자들은 대게 어느정도 선을 그어놓고 자신의 마음을 저울질한다. 갑자기 무거운 추가 올라 저울이 퉁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기울었다 돌아오는 것 처럼 자신의 마음이 마음대로 안될 때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반대쪽 접시에 추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저울질을 반복한다.

남자는 이성이 본능을 앞설 때 즈음이면, 제자리를 찾고 작게, 부분부분 나누어가던 작은 방을 좁히고 터가며 큰 방을 다시 넓혀가지만, 여자는 저울질 끝에 선택한 접시, 선택한 추가 아니면 다시 저울로 올려 저울질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결혼생활에서 여자의 바람이 무섭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듯 하다.


어느 쪽이 맞다 그르다 할 수 없는,
남자와 여자가 자웅동체가 아닌 이상 판단되어질 수 없는 수많은 차이들.
어쩌면 그런 차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그렇게 아파하며 이별하고도 또 다시 그 연애라는 것에 중독되는지도 모른다.

"너 나랑 있으면 행복해?"
"너 나랑 있으면 불행하니?"


이 질문에 바로 대답이 안나오는,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보게되는 커플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
그러나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내고, 서로 사랑한다고 확신하는 커플이라면 한 번 쯤 꼭 보고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더 자세히 알아갈 수 있는 영화, 6년째 연애중.

괜찮았다. 별점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