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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문화생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상황역전에서 오는 거부감?

by K. Martin 2008. 11. 9.



0. 영화 밖 이야기
영화를 보는 내내, 뒷자리의 뭐가그리 즐거운지 히히덕거리며 웃고있었다.
영화가 끝이나고, 앞에 있던 중년의 남자는 씹할놈들! 이라는 욕을 남겼다.

나는 그리고 내 여친님은 재미있게 본 영화를 폄하하는 것에 한 번,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는 모습에 한 번씩 마음이 상했다.

- 이하 스포일러 있음 -





1. 영화에서 부터

썩 깔끔한 내용(소재 자체가)은 아니지만, 분명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부분부분 외설적인 이야기들도, 썩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고 연인간의 즐거운 대화들로 들렸다.
특히 섹스를 표현하는 여러 단어/은어들과 서로가 생각하는 성적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또 다른 단어는 없는지, 나의 판타지는 무엇인지 괜스레 생각해보게 했다.
- 주인아(손예진 분)의 판타지인 비오는날 비를 흠뻑 맞으면서 하는 섹스이야기는 어째 가슴이 두근거리려한다.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난 그냥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것 뿐인데…”


정말, 뭐가 잘못된 것인지, 뭐가 이상한 것인지 모르는 듯,
차라리 별을 따다달라고 하라는 남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결혼이 또 하고싶다고 이야기하는 인아의 모습은,
결혼제도가 왜 존재하는지에 의구심을 갖는 감독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일부일처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길 바랐다기 보다는,
두집살림이라는건,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당연히 이상한거다라는 말을 하고싶었던건 아닌지.
문득 조강지처클럽/사랑과 전쟁 등의 드라마가 떠오르면서 남자의 두집살림에 대해서는 무뎌진 사람들이,
상황역전에는 너무 민감하게들 반응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 어느 한쪽이든 잘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 영화에서도 꼬집었듯이, 남자의 외도는 그러려니 하고, 여자의 외도는 인정 못하는 사람들(특히 남자들)의 속성은 이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 사랑
사랑한다면서 다른 사람을 또 만나고 싶다는 것이 아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사람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그 전 상대에게서 마음이 떠난 것이 분명할 것인데,
그리고 그것이 아닐지언정 그사람은 자기의 감정이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것일 뿐일텐데.

사랑이 남아있는 한, 절대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3. 다시 영화 이야기
영화가 제대로 되려면,
제대로 생각을 해보게 만드려면,
인아가 피임을 안했어야 했다.

인아의 피임은 결국,
몸을 섞고 마음을 섞고 생각을 아무리 뒤집으려 해봐도,
우리가 자라며 배워온 정상적인(정상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문화들에 살짝 비꼼을 얹은,
지킬건 지켜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남아있는 것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4. 영화 그 후..

적어도, 내가,
차라리 동거를 허락해달래지 무슨 결혼씩이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건,
뭘까, 너무 억지스러운 상황연출 때문일까?
아니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 때문일까?

그러면 결국 영화감독의 의도는 실패한 것인가?




영화를 영화로 보실분들만, 재미있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