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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내 마음 깊은 곳의 음악이라는 기억



내 마음 깊은 곳의 음악이라는 기억



집에 오는 길에 종종 만나곤 하는 음악인 아저씨.
기름진 머리 덕분에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것 자체를 꺼리지만,
내게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근래들어 자주 마주치게 되더니,
언젠가부터는 인사를 건네고 몇마디 말도 건네게 되었다.
이상한 것은 이사람을 볼때마다,
내 인생에서의 음악이라는 자리를 항상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법한 유년시절에,
너무나 일찍 가수니 뭐니에 대한 환상을 깨어버렸다.

아니,
그것은 자신감이니 열정이니 하는 것을 짊어지기 힘들어 버린고 온 것일수도.
그렇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나와 나의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주기위한 변명이었으며,
적어도 난 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에 대한 균형을 유지했던 것 같다.

내 마음속에 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의 균형이 깨어진 것은,
진로문제로 고민하던 고3시절.
때가 때이니만큼이라서가 아니라,
희섭이형님(고3시절 당시, 녹음실 실장님)께서 말씀하신
마음속의 행복에 대한 몇가지 조언 때문이었다.

"30까지만 자기가 하고싶은걸 찾으면 된다.
하고싶은걸 즐겨라.
하지만,
니가 지금 하고싶은 것이 공부라면,
음악은 깊은 곳으로 숨겨라.
단, 버리지는 마라.
가슴 깊히 숨겨둔 음악이,
언젠가,
네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추억이 아닌 나 자신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이후 음악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었다.

이녀석, 가끔 고개를 빼꼼 내밀며 뭐하고 있냐고 묻는다.
"나를 가슴 깊히 숨겨두고 뭐하고 있냐고?"

그럴때는 이기지 못하고 음악이를 돌봐줘야 했다.
덕분에 친한 친구가 되었고.

내 인생에서 음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쉽게 "취미예요" 라고 해버리는건,
음악이가 그정도로 섭섭해 할 친구가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더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일까?

미련이니, 아쉬움이니 하는 단어보다.
오래 알고지낸 친구다. 라는 표현이,
나와 음악을 정의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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