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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35층 아파트, 엘리베이터 고장!!

by K. Martin 2009. 4. 27.
이사가기 전날,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아파트는 우리와의 정을 떼려고 그랬던 것일까?
오전부터 내내 정전이더니,
급기야 오후에는 비상발전기의 기름이 다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엘리베이터가 제법 오랜시간 멈춰있었다.

이사짐을 정리하기 위해 홈플러스에서산 부직포박스 8개를 짊어지고,
나는,
여기 이사와서 3년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집에 걸어 올라갔다.


처음 10층까지는 사실 별로 어렵지 않았다.
우리 아파트에도 계단이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신기해하며,
한발, 또 한발 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등에 땀이 젖어 어느새 시원해졌고, 무거운 짐을 들고있던 팔이 그제서야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점점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확연히 와닿았지만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는법.


생각했던 것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녹초가 될 정도로 힘이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비를 맞은 생쥐처럼 땀에 흠뻑 젖어버렸다.

진작 이런 경험을 했었다면,
다이어트삼아 종종 걸어서 오르락 내리락 거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다대포 본동길 3거리.
항상 바다쪽 전경만을 즐겼었는데,
건물 반대쪽에 보이는 북적거리는 사람사는 모습도 꽤나 재미있었다.

드디어, 33층.
우리집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속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올라오는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재기동을 했으면 마음상했을 뻔 했다. 그만큼 헉헉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비상발전기는 아직도 돌아갈 생각이 없나보다.
소방서에 연락해서 사람들이라도 먼저 꺼내야 되는거 아닌가? 흠흠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야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고 마음이 좀 그랬는데,
이 사건으로 뭔가 홀가분하게, 속시원하게 이사갈 수 있게 되었달까.



집도착!
부직포 상자를 6개를 조립하면서 손에 물집이 잡혀버렸다 -_-;
이쁘긴 한데 조립하는게 좀 번거롭다.
나머지 두개는 다음에 조립하려고 미뤄두고, 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