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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작업실 ]/미발표곡(습작)

[MOL] 04 성북동 비둘기, 1996


04 성북동 비둘기, The Mean Of a Life, 1996

성북동 비둘기

                                                 시.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廣場)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祝福)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採石場) 포성(砲聲)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九孔炭)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平和)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고딩때 정말 좋아했던 시, 성북동 비둘기.

도시개발과 문명의 발달로 삶의 터전을 잃은 달동네 주민들의 이야기.
왜 그시절엔 그들이 꼭 나인 것 처럼 느껴졌을까?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곡을 써 불렀고,
그 덕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시, 성북동 비둘기.

편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찾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