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가 출제한 중2, 중3 기말시험 과학과목 예상문제를 풀어본다며 뒤적거리다가,
내가 아직까지 암모니아의 화학기호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것은 지구가 둥글다느니, 사람은 산소를 흡입하고 이산화 탄소를 배출한다 같은 상식과는 다른 개념인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물론 상식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상관이 없다.
어쩌면 나의 지식세계를 너무 과소평가 하고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찌되었건 오~래전에 머리속에 집어 넣어둔 지식들이 지금에 와서도 어렴풋이 기억난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수헬리베 붕탄질산.... 외웠던 화학 기호들,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외웠던 조선시대 왕들.
무작정 외워대었던 학창시절의 학문들이 어떤 것은 생각나고 어떤 것은 생각이 나지 않고.
나는 외우는 것, 암기라는 것을 참 못하고 싫어라 한다.
그리고 요샌 나이를 먹어서인지(-_-) 뭔 이유 때문인지 새로운 지식은 커녕 지난 기억도 가물가물,
특히 고유명사가 왜이리 기억이 안나는지.
말을 더듬고,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서 한참을 헤매이고, 대화중에 대화의 화제를 잊어버리고 부끄러워 하고 있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신문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내 스스로 잘못된 점을 찾아보기도 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려 노력도 했지만, 결론은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원인도, 대화와 토론의 부족이 원인도, 스키장에서 때려 박은 머리 때문도, 다른사람들이 이유라고 이야기 해주는... 술 때문인 것도 아닌 것 같다.
머리속에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은 생각을 만들고, 꼬리의 꼬리를 물고.. 그건 결국 스트레스가 되고, 스트레스는 내 책상처럼 아직 정리되지 않은 뇌세포와 기억들을 죽이고, 그렇게 일부가 지워진 채로 버려진 기억의 조각들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또다른 기억은 타인과의 대화에서 나를 머뭇거리게하며 그런 내 모습은 다시 나를 떠올리고 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나를 뿌듯하게 만든 암모니아 원소기호 NH3가 이런 생각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내가 기억을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 했던 모습에서 그렇게 조금은 헤어날 수 있겠지.
내가 불안한 이유는 단지, 내가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고 썼던 옛 글이 생각 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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