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 때 였던가. 1
해군에 복무하고 있을 시절의 이야기다.
높은 분을 모시고 있던 동기녀석에게 '띠링' 문자가 왔다.
평소 연락을 자주 하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는데 문자로 연락이 와서 반가운 마음에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문자의 요지인 즉슨,
"나의 블로그의 글들을 누군가 보고 있다.
내 이름이 국군통수권자 비방 및 체제 부적응자 리스트에 올라 있으니 블로그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 였다.
등골이 오싹해 지는 것을 느꼈다.
대한민국의 군인의 숫자가 몇 명인데 그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는 말인가?
내가 부대에서 트집잡힐만한 글을 쓴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어떤 글이 내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정도의 강도가 쎈! 글이란 말인가?
몰래 알려준 그친구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실례가 될까 하여 문자로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내 블로그를 어떻게 알았는지, 어떤 글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다만 비고란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에 대한 메모가 되어 있다고만 일러 주었다.
당시 내 블로그에는,
정도의 글이 있었다.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추모의 글 그 이상은 없었다.
전 대통령 추모도 못하게 하는 나라. 노무현의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퇴임한 대통령을 그렇게 못살게 구는가.
머리속에는 온통 그런 생각 밖에 없었다.
아마도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이무렵 부터가 아닌가 싶다.
다시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떻게 만들어온 블로그인데 난 없앨 수 없다. 다른 방법이 없느냐.
그리고는 해당 내용만 삭제를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권고'를 받았다.
나는 곧장 내 블로그에서 '노무현'을 검색한 뒤 관련 글들을 비공개로 돌렸다.
그리고 전역하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전역일.
소심하게 억압된 분노는 봉인이 풀리자 마자 당연한 듯 용트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애초에 4대강 비판을 위해 만들었지만 그 사실에 대해 알릴 수 없었던 SoaS(The Son of a Spade)의 재공개와 함께
'국민에 명령'에 가입하고 '혁신과 통합' 추진위원으로 등록까지 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내가, 그게 쿨한건줄 알았던 내가,
목소리를 키우고 한마디라도 더 듣고 전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민간인사찰이라는 빼도박도 못할 사건이 터졌다.
촛불사태 이후 공안정국이 왜 그토록 조용했는지 그리고 답답했는지,
이 사태를 보며 2년전 느꼈던 그 억압과 분노를 다시금 느낀다.
하야를 논의해야 할 자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꽉 다물고 있고,
'죄'가 없는게 아니라 '죄의식'이 없다는 정부와 여당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저 물타기만 하고 있다.
당장 탄핵을 추진해도 시원찮을판에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및 야권연대는 차려준 밥상도 못 먹고 있다.
결론은 투표다.
투표만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금보다 조금은 행복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투표합시다.
그리고 MB, 이거나 먹어라.
- 기록을 살펴보니 정확하게는 2009년 8월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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