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논문 검색 하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내 블로그. 누군가 달아둔 비밀댓글을 보려고 로그인을 했다가 쓰다만 예전 글들을 보게 되고, 아내와 잠들기 전 나누던 예전 집 인테리어에 대한 추억을 되짚고, 무려 10년전에 쓴 런던생활에 대한 리뷰를 잠깐 보다가 '일상다반사', 특히 '주저리 주저리' 카테고리에 담겨진 예전의 일기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오래간만에 글쓰기의 소중함을, 가치를 느끼고 그 글을 쓴다.
언젠가 출처불명의 두려움 때문에 블로그에서 가족(특히 애들) 관련된 아티클은 모두 비공개로 돌린 후, 일상의 단상은 주로 페이스북으로 육아(로 쓰고 애들과 함께한 추억이라 읽음) 관련 이야기는 카카오스토리로 자리를 옮겼고 SNS의 속성상 긴 글 보다는 사진과 설명위주의 짧은 단어나열이 습관처럼 되어 있던 차에, 아들놈 뱃속에 있을 때 쓰던 육아일기를 완성하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진행중이던 온라인강의를 더 써내려가지 못하고, 회사 블로그의 칼럼을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다 보니 무엇인가 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는 일이 된 것이 바로 현재의 내모습이리라.
글쓰기라고 하는 것이 일기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 대해서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인데, 그런 이유에서 연구노트나 논문이라고 하는 업적이 가치 있게 평가되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논문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하루의 생각, 아니 그냥 잠깐 쉽게 내 머리속을 정리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써내려가는 일 조차도 너무 오래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되묻게 되었다.
꼭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서 글을 쓰는 것. 방점을 찍는 일. 그것이 나에게 격하게 필요하다.
그래서 얼마나 갈지 모르는 나와의 약속을 여기에 남긴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나. 쉬운 것 부터. 가까운 것 부터. 바로 방금 생각했던 것 부터. 그걸 좀 쓰자.
블로그가 예뻐졌다.
테터툴즈를 사용하다가 티스토리로 건너왔던 오래전의 이유는 아마도 손쉬운 배포(홍보면에서) 다음으로는 편한 관리도구의 업데이트가 아니었나 싶은데 사실 그걸 활용 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업데이트가 있어오진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마침, 별로 신경을 안써줄 것 같은 다음카카오에서 반응형스킨이라며 추천하는 것들 중에 괜찮은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옛 열정으로 따지자면 오래전 글들 하나씩 보며 어떤 글이 스킨 적용에 에러가 나는지 확인을 했겠지만, 마틴블로그 주인장은 사실 이제 더이상 그렇게 한가하지는 못한 듯 하다. 대신에 오래도록 방치되었던 이 블로그에 (도메인 되찾았다고 즐거워 하던게 무려 작년 4월 이야기) 활력을 불어 넣는 방법은 글을 쓰는 일이라는, 공교롭게도 같은 결론이다.
새벽 4시 53분을 지나고 있고, 시간은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아 이러다가 조금 있으면 해가 뜨고 애들이 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2분이 더 지났다. 더 무슨 내용을 쓸까 하다 1분이 지나고,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데 머리속에 정리할 생각을 정리하느라 정리를 정리하다 보면 아 이제 자야하나보다 하고 정리를 정리하는 것을 정리해야겠다고 정리하게 된다. 정리하자. 정리하다. 이쯤에, 정리하다라는 곡을 링크하고, 잡니다.
정리하다, 신대석 박지용, 파도소리 1집 시작
여튼, 마틴블로그닷넷 재가동!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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