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교육시간이었던가, 옆에 앉은 동훈이가 희한한 질문을 한다.
"등교길이 맞게? 등굣길이 맞게?"
난 한치의 의심도 없이 "등교길이 맞지"라고 답했다.
아이폰의 국어사전을 꺼낸 동훈이는 등굣길 이라는 단어가 맞다고 증명해 보인다.
깜짝 놀랐다. 내가 국어 문법공부를 하지 않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를 마칠 때 즈음이었을 것이고, 따지고 보면 말 그대로 '문법'을 배운 것은 중학교 때 였을테니 길어야 10여년일텐데 그새 문법이 바뀐건가? 나는 분명히 등교길로 배웠는데.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바뀐 것인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문법 사용은 아래와 같이 하고 있다.
등굣길의 경우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 2번의 경우, 그중에서도 뒷 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인데, 비슷한 예로 하굣길이 있다.
토익이니 텝스니 성적을 한 번 올려 보겠다고 영어 문법책을 펴놓고 있었던 내 책상 위가 문득 부끄러워 지면서 나름 국어의 사용에 자부심이 있었던 내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잘쓰려고 노력은 부단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주 혼동하여 사용하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경우만해도, 입 밖으로 나오는 '틀리다'를 '다르다'로 고쳐 쓰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기도 하는 등 애를 쓰고 있으며, 블로그에 쓰는 글 한 글자 한 글자도 띄어쓰기, 철자법 등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 내게 이번 일은 더 큰 충격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문법이 내가 배울 때 이후로 바뀐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보면, 가끔 어르신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느끼는 것이 그분들 중 아직도 "~습니다"를 "~읍니다"로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내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에 대해 알고싶었다. 검색사이트로 언제 바뀌었는지, '제발 바뀐거라고 이야기 해줘'라는 심정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 별다른 내용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뉴스에서 신문에서 '등굣길'을 접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공감되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재교육이라는 것. 달리 재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끔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바르게 사용하려고 노력하면 되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국어 문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 그렇다고 한국어 능력시험까지 준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연구실에서는 이 이야기로 짧은 토론의 장이 열렸다. 내 경험을 이야기 하고 국어 능력이 뛰어난 -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최고 - 오승훈 선배에게 조언도 들었다. 국어 문법이라는 것이 그리고 표준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바뀌고, 새로운 단어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우리 고유의 단어들을 발굴해 내고 그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단다.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효과"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보통 「효꽈」로 된소리 발음을 하게 되는데, 아나운서들의 발음은 「효과」이다. 발음이 「효과」가 맞다는 이야기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정확하게 「효ː과」로 표기하고 있고. 그런데 워낙 「효꽈」로 많이 사용하면서 오히려 아나운서들의 발음이 어색하게 들리자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고 하는데, KBS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우리말을 가르치는 분들이, 듣는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게 일반 사람들의 발음과 괴리가 심한 발음들은 일반의 것으로 순화해서 사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표준어라고 하는 것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의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많은 사람들이 「효꽈」를 「효과」로 발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보다 「효꽈」로 표준 발음을 바꾸는 것이 어쩌면 쉽겠다는 생각도 든다.
"등교길이 맞게? 등굣길이 맞게?"
난 한치의 의심도 없이 "등교길이 맞지"라고 답했다.
아이폰의 국어사전을 꺼낸 동훈이는 등굣길 이라는 단어가 맞다고 증명해 보인다.
깜짝 놀랐다. 내가 국어 문법공부를 하지 않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를 마칠 때 즈음이었을 것이고, 따지고 보면 말 그대로 '문법'을 배운 것은 중학교 때 였을테니 길어야 10여년일텐데 그새 문법이 바뀐건가? 나는 분명히 등교길로 배웠는데.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바뀐 것인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문법 사용은 아래와 같이 하고 있다.
1.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2.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3.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2.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3.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등굣길의 경우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 2번의 경우, 그중에서도 뒷 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인데, 비슷한 예로 하굣길이 있다.
토익이니 텝스니 성적을 한 번 올려 보겠다고 영어 문법책을 펴놓고 있었던 내 책상 위가 문득 부끄러워 지면서 나름 국어의 사용에 자부심이 있었던 내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잘쓰려고 노력은 부단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주 혼동하여 사용하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경우만해도, 입 밖으로 나오는 '틀리다'를 '다르다'로 고쳐 쓰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기도 하는 등 애를 쓰고 있으며, 블로그에 쓰는 글 한 글자 한 글자도 띄어쓰기, 철자법 등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 내게 이번 일은 더 큰 충격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문법이 내가 배울 때 이후로 바뀐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보면, 가끔 어르신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느끼는 것이 그분들 중 아직도 "~습니다"를 "~읍니다"로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내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에 대해 알고싶었다. 검색사이트로 언제 바뀌었는지, '제발 바뀐거라고 이야기 해줘'라는 심정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 별다른 내용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뉴스에서 신문에서 '등굣길'을 접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공감되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재교육이라는 것. 달리 재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끔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바르게 사용하려고 노력하면 되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국어 문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 그렇다고 한국어 능력시험까지 준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연구실에서는 이 이야기로 짧은 토론의 장이 열렸다. 내 경험을 이야기 하고 국어 능력이 뛰어난 -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최고 - 오승훈 선배에게 조언도 들었다. 국어 문법이라는 것이 그리고 표준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바뀌고, 새로운 단어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우리 고유의 단어들을 발굴해 내고 그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단다.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효과"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보통 「효꽈」로 된소리 발음을 하게 되는데, 아나운서들의 발음은 「효과」이다. 발음이 「효과」가 맞다는 이야기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정확하게 「효ː과」로 표기하고 있고. 그런데 워낙 「효꽈」로 많이 사용하면서 오히려 아나운서들의 발음이 어색하게 들리자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고 하는데, KBS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우리말을 가르치는 분들이, 듣는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게 일반 사람들의 발음과 괴리가 심한 발음들은 일반의 것으로 순화해서 사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표준어라고 하는 것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의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많은 사람들이 「효꽈」를 「효과」로 발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보다 「효꽈」로 표준 발음을 바꾸는 것이 어쩌면 쉽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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