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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작은 행복의 중요함

by K. Martin 2006. 9. 11.
결혼생활 5년동안,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 절반쯤이었을 것이다.
그 절반의 절반 이상의 밤을 나나 그녀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 밤을 새워 일하거나 공부해야 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모든 기쁨과 쾌락을 일단 유보해 두고,
그것들은 나중에 더 크게 왕창 한꺼번에 누리기로 하고,
우리는 주말여행이나 영화구경이나 댄스파티나 쇼핑이나 피크닉을 극도로 절제했다.
그 즈음의 그녀가 간혹 내게 말했었다.
"당신은 마치 행복해질까 봐 겁내는 사람 같아요."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섯 살 때였나봐요. 어느 날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와서 우리집 앞에 서는 거예요.
난 지금도 그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가 바로 그 시절을 놓치고 몇 년 뒤에 피아노 백 대를 사줬다고 해도 나한테 내게 그런 감격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예요"

서울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시곤 했다.
"한길아,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란다"

애니웨이, 미국생활 5년만에 그녀는 변호사가 되었고 나는 신문사의 지사장이 되었다.
현재의 교포사회에서는 젊은 부부의 성공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방 하나짜리 셋집에서 벗어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3층짜리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한 달 뒤에,
그녀와 나는 결혼생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혼에 성공했다.
그때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버린 대가로.

김한길『눈뜨면 없어라』中


김한길씨가, 전 부인과 이혼하고 나서 쓴 글이라고 한다.
(Clara 님의 홈피에서 퍼온 글인데..)
정말 마음 한구석이 싸르르 아파온다.

어제,
가을에 입을 셔츠가 없어 옷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갔는데,
어머니 눈치가 살짝 보였다.

우리 때문에,
당신께선 정작 좋으 것도 안드시고, 안입으시는데,
아들은 이렇게 지 쓸거 쓰고 그렇게 있습니다.

울 엄마가 늙으신 탓인지,
내 머리가 굳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섭섭해하시는, 그리고 그걸 티내지 않으시려는 엄마의 어깨를 알아챈 나는,
마음 한켠이 싸해지는 것을 느꼈다.

엄마.
아들이.
조그만 즐거움도 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내일모래,
꽃사들고 엄마한테 데이트신청 해야지.

엄마랑 형모랑,
밖에서 저녁이라도 먹으며 엄마의 즐거운 모습을 보고싶어진다.
(또, 집에서 고기나 구워먹자.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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