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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겨울비? 봄비!

루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날씨를 너무 많이 타는 내 정서의 원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인가?



봄비, 작은아이들 [잡담], 1998



으로 가는 길이었다.
처음 시작은 부스럭 거리는 가랑비였다.
워낙 우산 쓰는걸 귀찮아 하기도 하고,
비맞는걸 좋아하다보니
그렇게 비를 맞고 걷는 일은 예사지만,


어제는 그렇게 자꾸만 다운되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빗줄기가 굵어지더라.


그렇게 20분 넘게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친놈 취급하더라.
내 손에 우산이 들려 있었거든.


그래서 살짝 가방속으로 우산을 숨긴 뒤에야
그렇게 제대로 쓸쓸한 영화의 한장면을 연출하듯
비를 맞을 수 있었다.


그렇게 비를 맞다보면
하루동안,
어쩌면 그 이전부터 가슴 한켠에 답답한 것이
씻겨 내려갈거라 믿었다.


직 세상이 그렇게 각박하지 않은 탓에
비에 흠뻑 젖은 나를 보고
어떤 선하게 생긴 아저씨 한 분이 우산을 내밀더라.


"내는 요 앞에 차가 있으니까 이거 쓰고 가세요~"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돌아서는내 모습은
다행이 비때문이 아니라
사람때문에 깨끗해져 있었다.


비가 아닌 사람 덕분에
답답했던 하루가 싹 씻겨내려간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어제 맞은 비는 하나도 차갑지 않았다.
봄이 왔나보다.
하긴 입춘도 지났으니 봄은 봄인가?


그리고,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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