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몰고 온 제2의 IT(정보기술) 혁명에서 한국은 끝자락이라도 잡아야 할 만큼 뒤처져 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다가올 제3의 IT 혁명을 대비해야 한다."
국내 IT업계의 구루로 불리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48/사진)의 지적이다. 안 의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패권 경쟁구도에 한국 IT 기업들은 철저하게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IT강국 소리를 계속 들으려면 산업구조,비즈니스 관행,규제,산업 인프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이 선행돼야 한다"고 쓴소리도 했다.
플랫폼을 잡아야 살아남는다
안 의장은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혁명을 제2의 IT혁명(second wave)이라고 단언했다. 모바일 인터넷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물론 IT산업의 틀을 통째로 변화시킬 거대한 물결이라는 얘기다. 1970년 말 IBM이 PC를 개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라는 운영체제(OS)를 만들어 PC를 기반으로 한 IT산업 성장을 이끈 제1의 IT혁명에 견줄 만한 큰 변화라는 설명이다.
그는 "제2 IT혁명의 요체는 플랫폼 전쟁"이라고 했다. "무수한 IT기업과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앱 공급 사슬을 주도하는 플랫폼 승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아이폰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 자체가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인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도 플랫폼을 장악하려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가 집중되고 또 이를 매개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IT 흐름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안 의장은 하지만 국내시장을 겨냥한 로컬 플랫폼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시장을 겨냥하지 않은 국내용 플랫폼은 규제나 진입장벽을 만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발했던 위피(일반 휴대폰에 탑재했던 일종의 운영체제) 때문에 아이폰 도입이 2년 넘게 늦어진 일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산업구도도 갈라파고스
"한국 IT산업은 최근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연거푸 맞은 셈"이라는 평가도 내렸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2~3년 전부터 플랫폼 전쟁에 돌입했는데 한국은 작년 말에야 뒤늦게 아이폰을 도입했고,또 한 차례 아이패드 충격을 겪고 있다는 관전평이다.
이렇게 된 데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탓도 있지만 한국의 고질적인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산업 구조 탓이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안 의장은 "국내 대다수 대기업은 하청기업의 이익을 짜내는 불공정한 거래 구조를 갖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영자는 물론 실무자들도 마인드를 고쳐 하청기업이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시장에만 치중하는 통신사들이 특히 변화에 더디다. 변하지 않으면 통신사들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통신업계를 향한 고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한국은 뒤처졌지만 끝자락이라도 물고 늘어져 틈새시장을 붙잡아야 한다"며 "기업들이 변하지 않으면 단말기 단순 제조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은 부실만 양산
앱스토어,안드로이드 마켓 등 스마트폰 오픈 마켓은 국내 벤처기업에는 기회라고 했다. "특화된 앱을 만드는 데 투자비가 적게 들어 리스크가 적고 실패확률도 낮출 수 있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안 의장은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창업기업에 자금을 대는 벤처캐피털,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인력을 공급하는 아웃소싱업체 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산업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의장은 하지만 정부가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는 식의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의 퍼주기식 자금 지원은 실력 없는 벤처기업의 목숨을 연맹시키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기업까지 부실화시키게 된다"며 "정부는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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