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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그 부모에 그 자식 (그 나물에 그 밥)

by K. Martin 2007. 11. 22.
모학원에서의 일이다.

A라는 모중학교 3학년 학생은 수업을 빼먹기 일쑤이고, 수업 시작 전에 꼭 담배를 한까치 피고 들어오는 녀석이다.

하루는 수업에 안들어왔길래 선생님은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어머니라는 사람은 "우리애한테 수업 시간 적어줬어요?" 묻더란다.
"(공손하게) 수업시간 언제라고 말해주면 되지 그걸 적어줘야 압니까?" 되물었더니 자기자식은 그렇게 해야 기억을 한다면서 다음부터는 꼭 적어주고, 애가 수업에 들어오면 들어왔다고, 안들어오면 안들어온다고 어머니 아버지께 각각 문자를 보내달라고 하더란다. 그렇게 어이 없는 사건이 시작되었다.

한번은, 애가 수업을 안들어왔다는 전화를 하던 중에, 다음주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새 책이 있으니 학원에 보내려면 꼭 사서 챙겨 보내라고 책이름과 출판사, 가격까지 말해준 적이 있단다. 그러나 며칠 뒤, 수업시간. 왠일로 수업시간에 모습을 보인 A는 책은 커녕 필기도구도 없이 앉아있다.
"너 수업 왜들어왔니?" 물으니 "들어오라면서요?" 받아친다. 참다못해 어머니라는 사람한테 전화를 해서, 애가 수업에는 들어왔는데 책이랑 필기도구도 안들고 왔다며 책 사들고 보내랬는데 왜 안사줬냐 했더니, 그런말 언제했냐면서 문자는 보냈냐고 되려 큰소리다.
"(공손하게) 어머님, 그건 그렇다 치고 A가 필기도구도 안챙겨 왔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겁니까?" 물으니, 어머니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우리애한테 필기도구 챙겨 오라고 적어줬어요? 우리 애는 그런거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 하는 애입니다."

극소수의 이야기 일거라 생각되고(애석하게도 반 이상의 학생이 그리고 그 부모가 저렇다고 현직 선생님들은 이야기 하지만..), 비단 오늘날의 일 만은 아니지만, 결국 애들 망치는건 국가도 선생도 아닌 부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 씁쓸한 사건이었다.

그 어머니는 아마도 A에게, 담배는 어디서 사면 신분증 검사 안하고 살 수 있고, 화장실에서 펴야 선생님한테 안걸리고, 냄새가 나더라도 무조건 안폈다고 우겨야 착한아들이 된다고 적어줬던 모양이다.
...............

그 후.
오늘도 그 학생은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앞시간에는 A를 보았는데 도망갔나보다. A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A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쉬는 시간에 잠시 일보러 나갔다가 시간가는줄을 모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일본다고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요."

담배사러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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