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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물위에 잉크로 그리는 그림

언젠가부터 나는
물위에 잉크를 흩뿌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아


펜 촉에 묻을 만큼 조금씩
때로는 잉크병을 던지고,
또, 때로는 엎질러버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거지


물위에 잉크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 그림을 맘껏 번져나가게 하기 위함이야
입으로 그 잉크들을 조심스럽게 불어내며 모양을 만들어가고
때로는 조바심을 내며 그들이 스스로 뭉치기를 기다리기도해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가 바다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파도에 쓸려 내 그림이 망가지는줄도 모르고
나는 쏟아부은 잉크 걱정만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래! 종이에 찍어내자
바다에 그린 그림을 종이에 찍어서 남겨두자

그런데 내가 뿌린 여러 빛깔의 잉크들을 담기엔
내가 가진 종이가 너무 작구나


더이상 잉크가 퍼지지 않게
바다 위에다 펜스를 치는건 어떨까

그렇게 언젠가부터 나는
바다위에 더이상 잉크들이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펜스를 치고
바람에, 파도에 그것을 넘는 잉크들을 보며 아쉬워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난 어렵게 쳐둔 펜스를 걷어 내고 있어
그 넓은 바다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바다가
세상이 아닌 였음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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