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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아저씨. 죄송합니다.

photo by WonderKity



오늘 오후.
새로운 프로젝트 테스트를 위해,
카메라와, 팬틸트 장치, 웹서버 등을 설치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따르릉.
전화가 왔다.


아저씨 : 아. 구경모씨. 여기 VICON 인데요, 랜즈 무상수리기간이 끝이나서, 아마...


아니, 이게 왠 날벼락 같은 소식??
구매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제품이 무상 수리기간이 끝나다니?


마틴 : 아저씨. 무슨 착오가 있으신가본데, 저한테 전화 해야되는거 맞습니까?


아저씨 : 네 토요일날 말씀하신 줌 문제요. 이게 무상수리기간이 끝이 나서요..



게다가 토요일에 전화해서 문제삼았던 것은 줌이 아니라 서버 문제였는데.
줌이 뭐 어쨌다는건가? 그나마도 나랑 통화한게 아니라 내이름으로 등록 되어있지도 않았을텐데. 아마도 같이 일하는 후배녀석이 내가 책임자라고 내이름으로 질문을 올렸나보다.


마틴 : 아니. 아저씨. 다짜고짜 수리기간이 끝났다고 말씀 하시지 말고, 이야기를 좀 들어보세요. 우리는 제품 구매한지 일주일 밖에 안지났다구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제가 언제 줌이 문제라고 말씀을 드렸다는 겁니까. 서버문제로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아저씨 : 아니 렌즈를 맡기고 가셨으니까 전화를 드린거 아닙니까. 여기 일련번호 컴퓨터에 찍어보고, 무상수리기간 지났다고 말씀 드리는거고요.


마틴 : 아니, 아저씨. 렌즈를 지금 제가 들고 설치를 하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가 렌즈를 맡기고 갔다고 그러세요. 어제 같이 일하는 친구가 전화만 드렸지 맡긴적이 없다는데두 그러십니다. 제가 알아보고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문득,
VICON 은 서버회사가 아니라, 팬틸트 드라이버 회사라는 사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틴 : 아저씨, 어디시라고요?


아저씨 : NIKON 이요 NIKON. 토요일날 렌즈 고장났다고 맡기고 가셨지않습니까.



아! 내가 너무 하드웨어 설치에 심취한 나머지,
모든 내 정신이 그쪽에 쏠려 있었던 덕분에,
토요일날 NIKON D70 렌즈를 수리 맡긴 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틴 : 아이고. 아저씨. 진짜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이름 비슷한 회사 한군데랑 거래를 하고 있는데, 그거랑 일이 얽혀서 그렇게 됐습니다.


전화상이었지만,
머리를 몇 번씩 숙이고,
몇 번을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친절한 그 아저씨는,
약간 당황한 목소리긴 하셨지만 내탓을 하지 않아 주셨고,
그렇게 한바탕 헤프닝으로 끝이 날 수 있었다.


요새 너무 날카로워진 것 같다.
이럴수록 사람이 의연해야 하는데,
내 모습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아저씨께 아무리 사과를 드려도 내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렌즈 찾으러 갈때,
다시 한 번,
이 웃긴 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용서를 구해야겠다.


아저씨.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