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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교통사고, 기사의 변명

K. Martin 2016.07.19 12:23

어제, 봉평터널 교통사고를 접하면서 하루종일 뇌리를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다.


2008년 7월경. 주말에 아내와 근교로 여행가기 위해 강변도로를 탔다가 났던 교통사고 이야기다. 25톤 트럭과의 사고였고 차를 그냥 폐차 시킬 정도의 큰사고였지만 천만 다행으로 조수석에 탔던 아내가 다리에 큰 멍이들었을 뿐 우리 둘 모두 크게 다치진 않았던 그날 말이다.


밀양 얼음골을 가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길을 잘 못찾는건 같아서 한참 가던 길을 돌아오던 차였다. 강변, 4차선로. 3차선에서 달리던 나는 앞에 가던 트럭에서 흙 같은 것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추월을 위해 2차선으로 차선 변경. 사고는 트럭을 막 추월하려던 찰나에 벌어졌다. 


(펑 하는 소리와 동시에) 트럭이 나의 추월을 막기라도 하듯 내 차 쪽으로 다가오더니 이내 내 차를 박고 중앙분리대 쪽으로 밀고 가는 것이었다. 기울어지는 차를, 어떻게든지 중심을 유지해보려고 핸들을 꼭 붙들고 있었는데 무심하게도 차는 오른쪽으로 90도를 돌아 트럭의 옆, 정확하게 그 큰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를 향해 돌진하는 형세가 되었다. 지나고 보면 1초나 되었을까 하는 시간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트럭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내 차의 모양새가 상세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느린, 그야말로 억겁의 시간이었다.그렇게 오래 끌려가다 마치, 트럭이란 괴물이 내 차의 앞을 다 먹어갈 무렵, 맛이 없다는듯 배부르다는듯 퉤 뱉는다는 느낌으로 튕겨져 나와 두바퀴 정도를 뱅글뱅글 돈 뒤에야 멈춰 섰다. 정말 천운이었는지 뒤에 바로 붙어 따라오는 차는 없었다. 트럭은 한참 앞에 가서 섰다.


사고는 이렇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한참의 정적이 흐르고 울고있는 아내를 달래고 혹시 차가 폭발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일단 차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4차로 반대편 강변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몇몇분이 위험한 길을 건너와 "살았네 살아있어" 하면서 박수를 쳤다.

트럭기사는 한참 전화통화 후 조금 후에 내게 왔다. (후에 알게된 이야기지만) 우리가 많이 다쳤다고 생각하고 119에 신고를 먼저 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트럭기사가 내게 한 첫마디는 '괜찮느냐, 다친데 없느냐'가 아니라,  '왜 거기서 끼어드느냐'였다.

어이없지만, 그 말을 듣는데 잠깐 내가 트럭을 박았나?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어조가 강했다.

옆에서 보던 (박수치던) 아저씨 한분이 노발대발 내 변호를 시작하셨다.

''펑'하는 소리가 무슨 폭탄 터지는 소리 같았다.', '당신 타이어 펑크나면서 차 들이받은거 아니냐.', 

사고장면을 처음부터 보고계셨노라며 자진해서 목격자가 되어 주신다고 했다.

다시 가서 트럭 앞바퀴를 확인하고서야 나보고 미안하다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한다.


견인차가 제일 먼저 도착했고 이내 구급차가 도착했고, 경찰차가 도착했다.

'보험사가 빨리 와야 할텐데', '지난주에 사고나서 고쳤는데 또 사고가 나다니', '(초군반 교육중이었던때라)밖에서 사고난거 보고는 어떻게 하지?' 등 지극히 현실적인, 필요 없는 고민들을 하고 있는 정신없는 순간순간에 견인차 운전자는 차를 끌고갈지 말지, 어디로 끌고갈지 묻고 있고, 의료진들은 진짜 병원에 안가도 되겠냐며 그럼 우리 가도 되겠냐고 되묻고, 경찰은 시동도 안걸리는 차를 길 가장자리로 세워야 한다면서 나를 재촉했다. 사고가 나면 뭐든 다 알아서 해줄 것 같았던 보험사 직원은 제일 늦게 와서 한다는 말이 '트럭 80에 고객님 20정도 나올 수 있습니다'라며 울화통을 건드렸다.


경찰차를 타고 사고경위를 쓴 후에 귀가를 했다. 아내는 병원에 가서 다친 다리 사진을 찍어보고 크게 다치지 않았음에 다시금 안도했다.


내가 경험한건 여기까지다.

이 사고에서 내가 배운건, 

일단 사고가 나면 사고처리는 경찰의 말을 듣고, 믿고 움직이면 된다는  것. (경찰이 차 빼라는데 보험사 직원을 기다려야한다며 버티는 무식한 일은 이제 안합니다)

주행 중에 일어난 사고라도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면 상대방 100% 과실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보험사는 절대 내편이 아니라는 것.

사고는 둘 중 하나라도 정신 차리면 안난다는 말도안되는 믿음 같은걸 시원하게 깨버린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봉평터널 사고와 엮어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위주로 이야기 할 수 있고, 자기가 유리한쪽으로 자기가 피해를 덜 입는 쪽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최소한, 그것으로 인해 다른사람이 피해를 입는다거나, 그 말로 인해 또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그 말은 안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비록 그것이 잘못된 기억에 의한 것일지라도, 잠이나 다른 무엇에 취해 일어난 일일지라도, 잘못한 것은 변명하지 않고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는 그 후로 거의 2년을 운전을 못했고, 아내는 지금도 차안에서 옆에 큰차가 오거나 큰소리가 들리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긴 후유증 후에 다시 운전을 하고 있는 내가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늘 그런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에 다시 불안하기도 하다.

아마도 가장 불안한 이유는 나 혼자 조심한다고 안위험한게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봉평터널 사고 이후 관련 기사의 혹은 게시판의 댓글들을 보면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을 사고당사자의 탓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존재하는데, 아마도 내 불안함의 근원에는 이런 사람들과 내가 같은 도로 위에서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안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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